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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한국어 교육능력 자격 취득하기

by 수레의산 2020. 12. 2.

퇴직하고 첫해에는 중장비 면허 취득을 하고, 새해에 또 무엇을 할까 생각하던중 한국어교사 자격증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에 뒤져보니 뭐 쉽게 취득할 수 있다고 교육기관에서 광고가 한창이다.  학사 편입을 하여 2년을 공부하면 2급 자격증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서울 사이버대학을 검색하고 안내문 까지 받았는데 학비가 좀 쎄다. 돈도 없는데 그까짓 한국어야 내가 한국사람이나 그냥 온라인으로 배워도 쉬울 것 같다는 시건방진 생각에 학사편입은 포기했다.

 

아직 고용부에서 준 내일배움 카드 잔액이 남아있어 알아 보니까 140시간이 넘지 않으면 고용복지 센터를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여 인강기관 '이러닝'에 접수를 했다. 2020. 2. 7일 근데 막상 인강을 들어보니 이게 장난이 아니다. 화면을 보고 있자니 졸립기도 하고... 2020. 3. 6일까지 한번 죽 강의를 들었다. 근데 아무것도 생각나는게 없다.  헛참..

 

그래서 두 번째 복습을 하고 또 돌아서면 아무것도 생각나는게 없고, 세 번째 복습을 해도 생각나는 게 없다. 허 이거 큰일이다.  이미 시작을 했으니 끝장은 봐야 할 테고... 그래서 이곳 저곳을 뒤져 합격 수기도 읽어보고. 걱정이 태산이다. 그래서 일단 기출문제를 봐야 뭐라도 방향을 잡을 것 같아서 거금을 주고 5년 기출문제집, 30일에 다잡기, 교안작성법을 구입하고, 아무래도 문법이 문제가 많아서 방송통신대학의 교재 '우리말의 구조' 를 구입해서 차근차근 공부했다. 는 개뿔. 인강교재는 몇년 되어서 그런지 기출문제집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만 있는 것 같고, 도통 모르겠다.  인강 PPT를 한글로 바꿔서 인쇄까지 했는데 별 소용이 없는 것 같고, 30일에 다잡기도 그저 간단하게 되어 있어서 기출문제를 보면서 해설을 보고 공부해야 했다. 교육이론이 많이 나오는데 뭐 처음듣는 이론이라 인터넷을 뒤지면서 공부해도 그것도 돌아서면 새롭다. 

 

5월 한 달 동안 교안작성을 위한 인강 수업을 했다. 이게 교안작성은 실습이 있는데 처음에는 서울까지 못오는 사람은 현지에서 모의강의를 하고 동영상을 찍어서 제출하라고 하더니 방침이 바뀌어 서울에 있는 센터에 와서 발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또 안되는 머리로 열심히 교안을 만들고 예행연습을 거쳐 6.20일 1차 수업에서 강의안 만드는 방법에 대하여 배우고, 6.27일 2차 수업에 가서 직접 발표를 했다. 거기에 온 학생들은 나름대로 외국어를 가르쳐 본 사람도 있고, 실제 문법을 강의하는 강사도 있었다. 나처럼 그냥 시작한 사람이 두세명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이제 실습도 마쳤고 본격적으로 시험준비 모드에 들어갔다. 하면서 자꾸만 후회는 되고... 괜히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다가 그만두면 아니한만 못하다는 속담이 있으니 그만둘 수도 없다. 기출문제도 5년치는 물론 2회차 부터 몇번을 풀었는데 풀 때마다 또 새롭다. 덴장맞을~~ 인터넷에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자료가 많이 올라와서 참고가 많이 되었다. 회를 거듭할 수록 아는 문제가 많아졌다. 문제는 '한국문화'인데  이건 정말 답이 없다. 나름 예상문제도 뽑았는데 결국 시험에는 내가 뽑은 문제는 안나오더라. 

 

그렇게 9월12일 시험을 볼 때까지 농사일도 해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참... 힘들게 지냈다. 어쨋거나 결전의 날... 세상은 코로나19로 어수선한데. 마스크를 하고 서울에 가서 시험을 보았다. 다른 과목은 그냥 저냥 본 것 같은데 그놈의 '한국문화'가 영 어사무사 하다. 오전 시험을 보고, 점심은 식당에 가는 것도 위허하다 싶어서 빵을 사서 빗방울이 간간이 내리는 처마 밑에서 먹고, 오후 시험, 그리고 교안작성 시험까지 보고 집으로 내려왔다. 집에 오면서도 자꾸 걱정은 되었다. 그러나 뭐... 도리가 있나? 집에와서 저녁을 먹고 가답안이 나와서 채점을 해 보았다. 다른 것은 그만두고 우선 한국문화를 먼저 채점했다. 그게 과락이면 아예 채점을 해볼 필요가 없으니까. 다행히 과락에서 두 개 더 맞았다. 그러니까 50점이다. 40점 이하가 과락이니까 일단 안심.  휴~~~ 이제 여유를 갖고 다른 과목의 채점을 해 보니 꽤나 잘 맞았다. 일단 가채점 상황에서는 합격이다.

 

필기시험을 끝냈으니 또 면접시험 준비를 해야 한다. 일단 합격자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또 면접준비 책을 사서 본다. 면접시험 자료도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것도 있다. 근데 문제가 엄청나다. 300문제다. 그리고 책에 있는 것도 엄청많고. 이걸 말로 풀어서 설명해야 하는데.... 필기 시험은 대충 알아도 되지만 면접은 그렇지 않으니 문제다. 면접 준비를 하는 도중 10.28일 필기시험 결과가 발표되었다. 

예상대로 필기는 합격이다.  백분율로 계산해 보니 한국어학 78.3, 일반언어학 80, 한국문화 50, 한국어교육론 77.3, 이중에 교안작성이 24점을 받았다.  

면접시험일이 11월 21일인데 열심히 준비해 보자.

 

면접대비 수험서를 일단 구입했다. 그간의 경향, 예상문제, 기출문제 등이 정리되어 있다. 필기 시험이 끝난 날 주문하여 9월14일 받아서 시작 했으니 시간상 2개월이 넘는다.  일단 그냥 한 번 읽어 봤는데 필기시험 준비하느라 익숙한 것도 있고 다소 새로운 것도 있다. 그런데 이걸 내가 말로 해야 한다니... 쩝.

 

또 인터넷을 뒤졌다. 여러 사람들의 면접수기가 있다.  읽어보고... 기출문제에 대해 정리해 놓은 싸이트가 있어서 다운받아 정리해보니 300문제다. 엄청 많구만. 그냥 읽기에도 너무 많다. 그런데 이걸 내 것으로 만들어야 면접시험을 볼 때 술술 나올텐데 앞이 캄캄. 오전에는 안해 침맞으러 병원에 다녀와야 되고, 밭에도 가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장구 연습도 가야하고.. 시간이 너무 없다. 생각다 못해 한글 파일을 텍스트로 변형하고, 텍스트를 읽어주는 앱을 다운받아서 휴대폰에 넣고 잠잘 때도 듣고, 운전할 때도 듣고... 근데 웃기는 건 잠잘때 들으면 처음 몇 문제만 듣다가 잠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머리속에 남지 않을 것 같았는데 그래도 계속 듣고, 읽다 보니 머리속에 조금씩은 남는다. 한 달 정도 들으니 문법은 어느정도 들어 봤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책에 있는 문제를 한번 정리해 봤다. 예상 답변이 있지만 내 스스로 답변을 만들어 봤다. 모범 답변도 틀린게 있더라. 문형이나 단어를 국립국어원에서 검색해서 내 나름대로 정리도 해보니 조금 더 남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만든 문제가 또 160여 문제다. 이것도 텍스트로 변형하여 읽어주는 앱으로 들었다. 기출문제 보다는 훨씬 머리속에 들어온다. 내가 답변을 만들어서 그런가? 매일 듣다 보니 처음에는 반도 못들었는데 자꾸 속도를 빨리하니 한 번에 다 들을 때도 있게 된다.  기출문제도 다시 중복된 것을 정리하고, 좀 이상한 것을 내 나름대로 고치며 익혔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교육론인데 이게 머리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두 달 여를 열심히 듣고 읽어보니 머리속에 꽤나 정리된 듯 하다. 물론 아직도 띄어쓰기는 헛갈린다. 드디어 면접시험일이 되었다. 그런데 이놈의 코로나가 수도권에 다시 극성이다. 시험보러 가는 날, kf94마스크를 쓰고 텍스트를 들으며, 지겨우면 좀 읽어도 보면서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시험장에 도착했다.  12시30분 입실인데 한 시간 반 정도 먼저 도착했다. 우리 타임에는 20여명 정도 된다. 코로나 때문에 시험을 시간대 별로 나누었나 보다. 그래서 9시, 12:30, 15:00 뭐 이렇게 되는가 보다.  하여간 대기실에서 주의사항과 신분증 확인, 번호수령, 휴대폰보관(파일을 인쇄하길 잘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휴대폰 보관후 멍때릴 뻔 ^^), 다시 대기. 드디어 내가 볼 시험장에 불이 들어왔다. 조용히 들어가서 1334번입니다.(여기에서 이름을 대면 안 된다)  하고 자리에 앉으니 한 9가지를 물었던 것 같다. 그중 첫 질문, 장르중심 접근법에 대하여 설명하라는 건데, 이크.. 이건 참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필기시험 때는 공부 했었는데 내용이 감감.... 대충 텍스트 중심이 아닌 독자 중심의 글쓰기라고 했다. 다음 부터 나온 문제는 비교적 잘 대답한 것 같다.  '아/어서' 와 ' -(으)니까' 의 공통점과 차이점,  왜 한국어 교사가 되려고 결심했는가? 학습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이 있다면?  또 몇 가지 있었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 때는 생각이 났었는데 ^^

 

좌우지간 그렇게 시험을 보고 나오니 배가 고프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어디 식당에 가기도 그래서 가방에 빵을 가져왔는데 먹을 장소가 없다. 그래서 좀 나오가다 김밥집에 들어가서(손님이 한 명도 없다) 라면 한 개 끓여 먹고 나왔다. 뭐 나름대로 대답도 했고 끝났다는 생각에 가슴은 후련했다. 

 

내심 합격한 것 같아서 편안하게 기다리다가 오늘(20. 12. 02) 09:00 발표를 보니 예상대로 합격, 점수 70점. 썩 좋은 점수는 아니다.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니 그래도 무난하다.  자격증 신청서 보내고 마무리 한다.